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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희 소장] 경향신문_보호종료가 된 우리에게는 정서적 도움을 줄 멘토가 필요해요 [박상희의 구해줘! 내 맘 (11)]

  • 관리자
  • 2022-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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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사회로 첫발 딛는 보호종료아동에 '사회적 부모' 절실

보호종료가 된 우리에게는 정서적 도움을 줄 멘토가 필요해요

♣대화

―진짜 18세가 되면 시설에서 나와 혼자 사는 거야?
“맞아요. 저도 그랬어요. 독립을 도와주는 자립 전담 요원 선생님이 계시기는 하세요. 그렇지만 여러 명을 한꺼번에 돌봐야 하니까 충분한 도움을 받지는 못해요. 보육원에서 몇 회에 걸쳐 미리 독립을 위한 교육을 받기는 했어요.”

―보육원에서 나올 때 지원금은 여유 있게 나온 거니?
“제가 독립할 때는 500만원을 받았는데 지금은 1000만원으로 늘었다고 하더라고요. 그 돈으로 집을 얻기도 하고, 저처럼 대학에 다니게 되는 학생들은 공부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기도 해요. 저는 노트북과 몇 가지 학습 용품을 사고 나머지는 저축해 뒀어요. 그런데 사실 돈은 두 번째 문제 같아요.”

―경제적인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들이 있다는 거지?
“맞아요. 제가 보기에 보육종료아동의 독립을 위해 꼭 필요한 것 세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 우선 돈이 주어지기 전에 경제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할 것 같아요. 애들 대부분 지원금이나 기초 생활 수급비가 나와도 혼자서 이 돈을 어떻게 써야할 지를 몰라요. 그래서 돈이 나오면 그동안 못해본 것을 하거나 갖고 싶었던 것을 사버린 다음 결국 돈이 없어서 쩔쩔매요. 애들 생활비를 뜯어가려 나쁜 어른들도 있고요.”

―두 번째는?
“사회에 나오기 전에 사회생활을 조금이라도 경험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사회에 나오면 일을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다양한 경험을 해보지 못한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어요. 시설에서는 규율이 세요. 학교가 끝나면 무조건 집으로 와야 했고, 방안에서도 선후배 간 위계가 확실해서 형들에게 존댓말을 써야 했고, 10시가 되면 휴대폰은 다 반납해야 했어요. 단체 생활이니까 규율이 중요하겠지만 그러다보니 사회생활을 위한 능력을 키우지 못하게 되는 것 같아요.”

-세 번째는?
“가장 중요한 것인데요. 독립하는 첫해는 정신적으로 정말 많이 힘들어요. 공기부터 달라요. 혼자 일어나는 것도, 잠드는 것도 다 외롭고, 밥 먹을 때도 외로우니까 늘 유튜브를 틀고 먹게 되요. 저는 다행히 이겨냈지만 다들 정말 많이 외롭고 힘든 시기에요. 누군가가 정말 절실히 필요한데도 우리는 부모님이 없잖아요. 그래서 정서적으로 도움을 줄 멘토가 꼭 필요한 거 같아요.”

―상담사인 내가 보기에 그 가운데 마음의 문제가 특히 걸린다. 그런데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어른들은 분명히 있을 것 같은데, 그런 멘토를 만나기 어려워?
“물론 여기저기서 멘토 제도를 신청하라고 해요. 하지만 ‘찾아오면 알려줄 게’ 하는 식의 멘토 제도에 찾아갈 애들은 없어요. 우리 애들은 상처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도 많고, 성격이 소심한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멘토가 있는 친구들이 없어요. 저도 없고요. 인간관계를 맺는 부분에서 조언을 해줄 어른이 필요해요. 하지만 아이들이 범죄에도 많이 노출돼 있어 그게 쉽지 않아요. 외로우니까 조금만 잘해주면 상대방을 믿고 그 손을 덥석 잡는 경우도 많아요. 안타깝게도 먼저 독립한 선배들로부터 여러 가지 안좋은 소식이 들리더라고요.”


―정말 외로움과 슬픔을 함께 나눌 멘토가 꼭 필요할 것 같다. 너는 힘들 때 누구에게 의지할 사람이 있었니?
“의지하던 선생님이 계셨는데 독립하고 나서 연락이 끊겼어요. 저는 보육원에서 돌잔치를 했어요. 엄마, 아빠에 대한 기억이나 추억이 전혀 없죠. 그런데 아직도 힘들 때는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요. 누구인지 알고라도 싶어요. 도대체 왜 나를 버렸을까. 이번에 코로나를 앓으면서 너무 아팠는데 챙겨주는 사람도 없었어요. 정말 눈물이 나더라고요. 엄마, 아빠에 대해서는 선생님들이 절대 얘기해주지 않아요. 이제는 마음을 비웠어요. 부모님의 존재를 알게 된 후에 마음이 더 힘들어진 선배들도 여러 명 보았거든요. 선생님들이 알려주지 않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동생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는 네 모습은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해. 어떻게 청소년심리상담사가 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게 된 거니?
“어려서부터 제게 고민을 털어놓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제가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는 성격이라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사회복지사님이나 봉사자님 등 많은 사람들의 많은 사랑과 도움을 받았어요. 그래서 나도 어른이 되면 누군가를 도와주는 사람이 되어야지라는 생각을 늘 해왔어요. 이제 대학생이 돼서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들을 하면서 누군가를 도울 때 가장 행복하고 기쁘더라고요.

―네가 내 선생님 같다. 맞아, 누군가에게 힘이 될 때 자신도 힘이 나는 게 상담자의 보람이야.
“지금 제가 돕고 싶은 대상은 부모님에게 상처 받은 청소년, 꿈이 없는 청소년들이에요. 그 아이들을 코칭해 주고 안내해 주는 것이 저의 사명이자 목표인 것 같아요. 그냥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큰 위로를 받는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심리학을 공부하다보니까 누구보다도 내 자신을 아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런 깨달음도 아이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어요. 그들을 위해서 많이 노력하고 싶어요.”

♣제언
보호시설에서 지내던 아동들은 18세가 되면 아동복지법에 따라 자립능력 유무에 상관없이 사회에서 혼자 살아가야 하고, 이 때부터 아이들이 ‘보호종료아동’이라고 불린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나는 놀랐다. 10대 후반 아들을 키우고 있는 내가 안타까웠던 것은 간단한 질문이었다. “아직 너무 어린 아이들이 어떻게 어른도 없이 혼자 집을 구하고, 먹거리를 준비하고, 돈을 벌면서 살아내지?”

보호종료아동 규모는 매년 약 2500명 정도에 달한다. 다행인 것은 올해부터 ‘보호종료아동 지원강화 방안’이 적용돼 지원금이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늘어나고, 공공주거 지원이 강화된다는 점이다. 더하여, 명칭이 ‘자립준비청년’으로 바뀌는 등의 여러 가지 긍정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이기에 실제적 변화와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지켜봐야겠지만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민수(가명)을 만나고 나서 아이들 마음속의 냉기가 경제적 어려움보다 더 힘들고 고통스럽다는 것을 알게 됐다. 상담사로서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지만, 이야기를 막상 들어보니 마음이 더욱 아팠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눈 뜨고, 밥 먹고, 생활 하다가, 다시 잠이 드는 일상과 몸이 아플 때도, 마음이 외로울 때도, 삶이 두려울 때도 의지할 존재는 없다는 사실에 아이들을 얼마나 좌절하고 절망하게 될까.

여기에 주목할 조사가 있다. 2021년 1월 JTBC의 보도에 따르면, 보호종료아동 20명에게 ‘자립을 위해 어떤 것을 제일 해줬으면 좋겠냐’고 물어봤을 때 아이들의 대답은 경제적 지원을 확대해 달라는 것이 아니었다. 아이들 대부분은 ‘나를 지켜줄 사람, 나를 받아줄 어른이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다. ‘사회적 부모’ 또는 ‘정신적 멘토’가 그들에게는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존재였다.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아이를 어느 날 갑자기 정글 같은 사회 속으로 데려다 놓고 1000만원을 주면서 “앞으로 무엇이든 혼자 해내고, 어떤 상황에서든 잘 이겨내라”고 말한다. 슬퍼도, 외로워도, 무서워도 도와줄 사람은 없다. 마치 ‘아동판 오징어 게임’과도 같다. 아니 오징어게임에서는 죄라도 지을 수 있지, 여기서는 죄를 지으면 질책과 처벌이 따를 수밖에 없어 착하게 살아야 한다. 이런 과제를 담담히 해낼 수 있는 아이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마음이 시리고 아프다.

우려스러운 것은 현재 적지 않은 보호종료아동들이 다양한 일탈과 범죄 등의 사회적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주거와 일자리 등 이들의 삶을 위한 제도적 개선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물질적 생활을 물론 정신적 안정을 위한 좀 더 구체적인 대안들을 가능한 신속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아이들의 미래가 바로 대한민국의 미래다. 보호종료아동들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이 주어지고 더 나은 처우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박상희 소장은

보호종료가 된 우리에게는 정서적 도움을 줄 멘토가 필요해요

이화여대에서 목회상담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5년 이화여대 출신 30여 명의 상담학 석·박사들과 함께 전문적 심리상담과 코칭에 주력하는 샤론정신건강연구소를 창립해 소장을 맡고 있다. 한국열린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겸임교수로도 일하고 있다.

 

※ 이 글은 경향신문에서 발췌했습니다.

 

 

 

 

 

 

 

 

 

 

 

 

 

 

 

 

 

 

 

 

 

<사진/기사 출처: 경향신문>


<기사원문>▶https://www.khan.co.kr/life/health/article/202204151607015


[Youtube 박상희의 심리 스튜디오] “보호종료가 된 동생들에게는 정서적 도움을 줄 멘토가 가장 필요해요!” - [구해줘! 내 맘] 11회

▶https://youtu.be/Z0fvxwK7kLE